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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만드는 웹진 2025년 6월  341번째 이야기

2025년 6월  341번째 이야기

여기가 거기

역사와 추억이 서린 도시
군산

항구 도시로만 생각했던 군산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역사를 품고 있다. 군산의 오래된 건물들 사이를 거닐며, 그 역사에 귀 기울여 볼까. 당시 선조들의 피, 땀, 눈물이 아니었다면 지금 우리가 존재하지 않음을 되새겨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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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의 이름 속에는!

군산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이 호남평야의 쌀을 수탈하기 위해 들어와 살면서 경제적으로 성장한 도시다. 개항장으로 지정된 후에는 서해안 지역에서 가장 큰 공업도시였을 정도로 경제가 부흥하기도 했다. 인근 전주보다 빨리 시로 승격되어 서울, 인천, 부산 등과 같이 우리나라 최초의 시 중의 하나였다. ‘군산’이라는 이름은 조선 태조 때부터 유래되었다. 왜구의 침입을 막고자 당시 ‘군산도(群山島)’라 불리던 고군산군도의 선유도에 수군 만호영을 설치하고, ‘군산진(群山鎭)’이라 했다. 시간이 흘러 세종 때 군산진이 육지인 옥구군 북면 진포로 옮겨가게 되면서 진포가 군산진이 되었고, 이것이 ‘군산’이라는 지명의 유래가 되었다. 그리고 군산도가 있던 일대의 섬들은 ‘옛 군산’이라는 뜻에서 ‘고군산(古群山)’이라 불리게 되었다.

대 역사를 간직한 거리

근대화 거리는 군산시 장미동, 신흥동, 해망동 일대로 이어지는 지역인데, 일제강점기 시절의 역사와 흔적, 근대문화유산이 밀집되어 있다. 1900년대 초 군산항이 개항하면서 일본 상인과 기업들이 이곳에 몰려들어 근대식 건축물과 상권이 집중적으로 형성되었다.

지금까지도 일본 상인의 고급 주택인 히로쓰 가옥,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일본식 사찰 동국사, 근대건축관, 군산세관 등이 잘 보존되어 있어 마치 근대 역사 중심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많은 곳 중에 어느 곳을 먼저 가야 할지 고민된다면, 군산근대역사박물관으로 먼저 향하자. 군산의 근대문화 및 해양문화를 주제로 하는 특화박물관으로, 군산의 역사와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양물류역사관, 어린이박물관, 근대자료규장각실 등에 전시된 자료를 통해 군산의 과거를 엿볼 수 있다. 3층의 근대생활관에는 군산미곡취인소, 토담집, 조선주조주식회사, 영명학교, 옛 임피역사 등을 재현해 놔서 구경하는 재미가 크다.

으며 체감하는 역사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을 등지고 오른편에 있는 구)군산세관 본관은 붉은 벽돌로 만든 건축 양식이 돋보여 포토존으로 사랑받고 있다. 여기를 지나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1908년에 건립된 구)군산세관 창고가 보인다. 당시에는 세관 압수품 창고로 사용된 비공개 시설이었는데, 2018년 지역 캐릭터 거점 공간, 군산 관광기념품 등을 판매하는 문화공간 ‘먹방이 HOUSE’로 거듭났다. 1899년 군산 개항을 선포한 고종황제를 기념해 만든 ‘고종황제 커피’와 다양한 군산의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진포해양테마공원 쪽으로 걷다 보면 군산근대미술관, 구 일본18은행 군산지점,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을 만나게 된다. 이곳들 역시 군산의 근대사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건물이다. 대부분의 건물이 군산을 배경으로 한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 등장하는데, 그래서인지, 이 일대를 ‘탁류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맞은편으로 넘어와 10분 남짓 걸으면, 초원사진관에 다다른다. 초원사진관은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촬영 장소로 알려져 유명해진 곳이다. 촬영이 끝난 뒤 철거되었다가 군산시가 다시 복원해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영화는 1998년에 개봉했지만, 지금까지도 문전성시를 이루는 걸 보면 군산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래된 철길마을, 추억을 선사하다

경암동 철길마을은 기찻길을 중심으로 양옆에 형성된 작은 마을이다.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지가 되기 전, 이곳은 군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마을이기도 했다.

경암동 철길은 일제강점기인 1944년 신문용지 재료를 실어 나르기 위해 최초로 개설되었다. 철길이 개설되고 나서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197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마을을 이루었다. 이 마을 중심에 뻗은 철길은 북선 제지 철도, 고려 제지 철도, 세대 제지선 등의 이름으로 불리다가 ‘페이퍼 코리아선’으로 불리고 있다.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고 있지만, 폐선된 기찻길을 살려 테마 마을로 거듭났다. 짧고 좁은 기찻길을 사이에 두고 양옆으로 1970~80년대의 풍경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점포들이 많다. 지금은 볼 수 없는 뽑기, 달고나, 딱지 등을 체험할 수 있고, 옛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 특히 어른들에게 인기다. 요즘에는 볼 수 없는 물건들이 가득해 MZ세대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랑받는 중이다. 사람들이 붐비는 메인 거리를 지나 마을이 보이는 한적한 기찻길을 산책하며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어 사진 명소로도 입소문이 났다.

Taste

짬뽕 특화 도시 군산

전북 군산시 미원로 87

군산에는 유독 맛집으로 소문난 중식당이 많다. 이는 개항 이후 정착한 화교들의 영향과 오랜 기간 무역과 유통을 펼쳐 온 항구 도시의 특성 덕분이다. 오죽하면 ‘짬뽕 특화거리’가 생겨났을 정도다. 복성루, 빈해원, 장미반점 등 소문난 중식당 중에서도 지린성은 ‘매운맛’으로 유명하다. 얼큰한 매운맛에 빠진 마니아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Place

군산의 역사를 간직한

카페 틈

전북 군산시 구영6길 125-1

군산 근대화 거리 안에 있는 대형 카페다. 넓은 마당에 붉은색 벽돌 외관이 돋보이는 곳이다. 게다가 담쟁이넝쿨까지 붉은 벽을 메우고 있어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외관만 보면 어쩐지 요즘 유행하는 느낌으로 인테리어를 한 것 같지만, 아니다. 옛 미곡창고를 그대로 활용해 더 특별하다. 안으로 들어가면 옛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공간 곳곳이 예쁘지만,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내부와 연결된 큰 나무가 심어진 작은 정원이다. 거기에는 일본식 가옥을 연상케 하는 야외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는데, 포토존으로 인기다. 대표 메뉴는 아인슈페너와 크루아상 앙버터. 부드러운 크림이 매력적인 아인슈페너에 푹신한 크루아상 앙버터를 한입 하면, 여행의 고단함이 달아나는 기분이다. 감성부터 맛까지 모두 완벽해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쌀 창고의 재미있는 변신

카페 미곡창고

전북 군산시 구암3.1로 253

미곡창고를 개조해 만든 ‘카페 틈’처럼 이곳도 과거 쌀 창고로 쓰이던 곳을 개조해 만들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정말 다르다. 먼가 더 빈티지하고, 날것의 느낌이 살아있달까. 이곳도 역시 공간이 넓고, 야외 좌석이 많은 게 특징. 인테리어만 특별했다면 사랑받지 못했을 텐데, 커피 맛도 훌륭하다. 전국의 각종 바리스타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바리스타가 정성스레 커피를 내려줘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은 곳으로 입소문이 났다. 커피 애호가라면, 아몬드크림라테, 스페셜티 브루잉커피, 미곡아메리카노를 맛볼 것. 커피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들이 산지에서 직접 선별 후 로스팅하고 추출해 풍미가 좋다. 다양한 베이커리와 굿즈, 커피 관련 도구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경암동 철길마을에서 차로 5분 내외로 소요되는 붐비는 게 싫은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